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에서 대의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사업의 주요 사안마다 다수 조합원의 의사를 모두 확인하기 어려워, 대의원들이 조합원들의 의사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대의원들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느냐가 사업 진행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대의원을 선출하는 문제는 중요하다. 그런데 대의원 정수가 법령이나 정관에 명확히 기재되지 않은 경우, 대의원을 새로 선출하는 행위가 ‘보궐선거(補闕選擧, by-election)’인지, 아니면 ‘정상적인 신규 선출’인지가 논란이 된다. 얼핏 사소한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주체, 대의원 선출 방식, 의결 정족수 등 절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정비사업을 규율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대의원의 수를 ‘조합원 수의 10분의 1 이상 또는 100명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조합 정관에도 이러한 법 규정만 그대로 옮겨두는 경우가 있다. 그 결과 “대의원은 100명 이상 또는 조합원 수의 10분의 1 이상”이라는 포괄적 기준만 남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예를 살펴보자.
위와 같은 정관 규정은 가진 어떤 조합이, 원래 대의원이 120명이었다. 그런데 수년간 사업을 진행하면서 대의원들이 사퇴하여 현재 대의원이 105명으로 줄었다. 조합은 대의원의 수가 더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약 10명을 추가 선출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이 경우 대의원을 추가로 뽑는 선거는 ‘보궐선거’일까?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기존에 120명으로 운영해 왔고, 일부가 사퇴해 결원이 생겼으므로, 이를 보충하는 보궐선거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이다. 결원이 있는 만큼 보충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보궐에 가깝다는 논리다.
둘째, 정관에 ‘120명’이라는 정수가 명시된 것이 아니라면, 100명 이상이라는 기준만 충족하면 정관이 정한 정수 범위 안에서 유연하게 운영될 수 있으므로, 추가 선출은 보궐이 아니라 정상적인 신규 선출이라는 견해다. 105명이라면 이미 법령상 최소 요건인 100명을 충족하므로, 이를 115명 또는 120명으로 늘리는 것은 보궐의 개념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실무에서는 첫 번째 견해처럼 보궐선거로 처리하는 사례도 있고, 다만 이를 이유로 선출행위의 효력을 부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다만, 필자는 직업상 보수적인 입장에서 두 번째 견해가 보다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보궐선거(補闕)라는 개념은 말 그대로 결원을 메우는 데 의미가 있다. 그래서 보궐선거는 절차가 간이하고, 선출 방식도 기존 대의원회에서 진행하는 등 제한된 범위 안에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신규 선거는 총회 의결,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등 절차가 더 엄격하고 투명해야 한다.
절차의 엄격성과 민주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정관에 명확한 정수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면 보궐선거 개념을 지나치게 확장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보궐선거 절차는 대의원회의 영향력이 크고, 참여 범위가 좁아 조합원 전체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은 작은 절차적 흠결 하나가 전체 사업을 흔들어 놓는 경우가 있다. 특히 대의원회는 조합 의사결정의 중심축이기 때문에, 대의원 수를 둘러싼 해석과 그에 따른 선출 절차의 적법성은 조합 운영의 안정성에 큰 위협이 된다.
따라서 대의원 정수는 조합 정관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명확한 숫자가 정해져 있어야 보궐 여부를 분명히 판단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선거 절차도 불필요한 분쟁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법무법인 센트로 김택종 변호사 tjkim00@centro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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